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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| 착한 눈망울을 애도함
작성자 sungyu27 날짜 2011-01-13 조회수 5,897
 

착한 눈망울을 애도함


부드러운 속눈썹 물기 어린 눈동자
그 착한 눈망울을 어찌 지우겠느냐
조선의 한 여인네는 티끌만한 바늘 하나를 잃고도
유아이사(由我而死)라 울었다
우리들의 죄로구나, 업보로구나
나도 운다, 산천도 운다

영문 모르고 아무 잘못도 없이 음~메~ 한 소리 남기고
영원한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가는 착한 눈망울 위에
마지막 얼어 버린 하늘 한 조각 비치었더냐

너의 육신은 찢어진 저금통이 아니다
구덩이에 던지면 그만인 고장 난 냉장고가 아닌 줄
너를 자식으로 기른 농부가 어찌 모르겠느냐
너희의 황망한 목숨
우리들의 허망한 애욕의 끝이 어찌 닿지 않겠느냐
목숨과 목숨의 경계가 어찌 다르겠느냐

잊을 수 있겠느냐 푸른 들, 아니
녹슨 창살 너머로 보이던 흰 구름 차마 놓을 수 있겠느냐
그리도 애타고 목마르던 자유

그러나 그러나 정녕 어찌하랴
워낭소리 목줄이랑 고삐랑 모두 풀어 놓고
이제 다시는 이승 돌아보지 말아라
끝이 보이지 않는 풀밭으로 떠나거라
이천 십 년 전 슬픈 이 땅에 오신 12월의 신께로 가거라
이승 저승의 아픈 목숨 모두 어루만지는 4월의 신께로 가거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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